당신들이 모르는 한 가지

GoodNovel new 완결

새로 이사한 부촌에서 열린 파티에 처음 참석한 것을 이유로, 옆집에 사는 김미숙이 나를 고소했다. 법정에서 김미숙은 온몸에 멍과 상처를 입은 딸 강지아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러고는 내 아들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중, 강지아가 옷깃을 살짝 내렸다. 목을 빙 둘러 선명한 붉은 자국이 드러났다. “그 남자가 제 바지를 억지로 벗기려고 했어요.” 강지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저한테 억지로 그런 짓을 하려고 했어요. 제가 죽기 살기로 저항하니까... 절 마구 때렸어요. 얼굴까지 이렇게 만들어놨어요!” 법원 밖에서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내 아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인간 말종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인터넷에는 나를 추모하는 합성 사진까지 퍼지며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아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저런 엄마는 아들과 함께 죽어야 한다]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사이,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나는 법정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음처럼 굳은 얼굴로 조용히 아들을 불러달라고 했다. “제 아들, 탄이를 데려오세요.” 잠시 후, 법정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그리고 탄이가 걸어 들어왔다. 그 순간, 법정 안의 모든 사람이 놀라서 얼어붙었다.

챕터 (1)

第1章

새로 이사한 부촌에서 열린 파티에 처음 참석한 것을 이유로, 옆집에 사는 김미숙이 나를 고소했다. 법정에서 김미숙은 온몸에 멍과 상처를 입은 딸 강지아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러고는 내 아들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중, 강지아가 옷깃을 살짝 내렸다. 목을 빙 둘러 선명한 붉은 자국이 드러났다. “그 남자가 제 바지를 억지로 벗기려고 했어요.” 강지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저한테 억지로 그런 짓을 하려고 했어요. 제가 죽기 살기로 저항하니까... 절 마구 때렸어요. 얼굴까지 이렇게 만들어놨어요!” 법원 밖에서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내 아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인간 말종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인터넷에는 나를 추모하는 합성 사진까지 퍼지며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아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저런 엄마는 아들과 함께 죽어야 한다]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사이,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나는 법정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음처럼 굳은 얼굴로 조용히 아들을 불러달라고 했다. “제 아들, 탄이를 데려오세요.” 잠시 후, 법정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그리고 탄이가 걸어 들어왔다. 그 순간, 법정 안의 모든 사람이 놀라서 얼어붙었다. 제1화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알게 된 이웃이 나를 고소했다. 법정에서 그 이웃은 흐느껴 울며 내 아들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신 아들은 괴물이에요.” 김미숙이 무표정으로 법정에 앉아 있는 내 얼굴을 향해 악을 썼다.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우리 지아를 때리고... 성폭행까지 했다고요.” “서하영 씨.” 강지아의 변호사인 남도현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7월 15일 밤, 서하영 씨의 아들이 제 의뢰인을 잔인하게 폭행한 것이 맞습니까?” 나는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 터무니없는 고발 내용이 법정을 떠돌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법원 밖에서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강지아를 위한 정의를.” 창문 너머로 카메라 플래시가 번개처럼 번쩍였다. “아닙니다.” 내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남도현이 배심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얼굴에는 극심한 고통을 짊어진 사람처럼 애절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여러분, 보시다시피 이 어머니는 아들이 저지른 난폭한 범행에 대해 조금의 책임도 지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방청석을 흘끗 바라봤다. 동네의 사람들이 방청하러 온 법정에 앉아 서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의 눈에 노골적인 혐오가 가득했다. 박정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고, 정성호와 이미영 부부는 아예 나를 외면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 사람들은 동네 바비큐 파티에서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새로 이사 온 ‘IT 업계의 거물’을 동네의 새 이웃으로 맞이하는 것을 무척이나 반겼다. 게다가 나에게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이 무려 보디빌딩 챔피언이라고 하자 다들 앞다퉈 환심을 사려고 했다. “정말 훌륭한 청년이겠네요.” “너무 부러워요.”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내가 쓰레기라도 되는 것처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사람들의 위선은 숨이 막힐 정도로 역겨웠다. 문득 그날 오후의 일이 떠올랐다. 일주일 전, 김미숙이 우리집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서하영 씨! 빨리 좀 나와보세요.” 김미숙은 온몸이 멍투성이에, 금방이라도 응급실에서 나온 사람처럼 처참한 모습의 강지아를 안고 있었다. “당신 보디빌더 아들이 우리 딸한테 이런 짓을 했다고요.” 김미숙의 목소리는 유리창이라도 깨뜨릴 듯이 날카로웠다. 그날 나는 방금 막 큰 계약 하나를 성사시킨 뒤,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한 순간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내 아들은 집 밖에 나간 적이 없어요.” “시치미 떼지 마세요.” 강지아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어젯밤에... 뒷마당에서... 탄이가... 탄이가 너무 무서웠어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죠?” “그 사람이 저를 바닥에 내던지고 옷을 마구 찢었어요... 바지를 벗기려고 했고... 억지로 저한테 몹쓸 짓을 하려고 했어요.” 강지아는 온몸을 떨며 말을 더듬었다. “저도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어요. 그러자 저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어요. 얼굴이며 몸이며... 닥치는 대로 때렸어요.” 김미숙이 말을 가로챘다. “70억에 조용히 합의하시죠. 아니면 법정으로 가서 당신이 어떤 괴물을 키웠는지 온 세상에 낱낱이 공개할 거예요.” 나는 두 사람이 벌이는 연극을 가만히 지켜봤다.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싫어요.” “뭐라고요?” 김미숙은 내가 그렇게 단호하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싫다고 했어요. 돈이 목적이라면 법정에서 만나면 되겠네요.” 나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때의 내 선택은 옳았다. “재판장님.” 남도현이 서류철을 펼치며 말했다. “강지아 양이 입은 상처의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대형 스크린에 강지아의 사진이 나타났다. 강지아는 목 보호대에 오른팔에는 깁스하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선명한 찰과상까지 나 있었다. 배심원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상처들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아십니까?” 남도현이 화면을 가리켰다. “범인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공격했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남도현은 또 다른 사진을 띄웠다. 어두운 곳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듯 흐릿한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한 남자가 등을 보인 채 바닥에 쓰러진 여성을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보였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이웃이 그날 촬영한 사진입니다. 화질은 좋지 않지만, 폭행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청석 곳곳에서 분노 섞인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정말 역겹다, 역겨워...” “부잣집 애들은 어쩜 저렇게 다들 똑같아...” “대체 자식을 어떻게 키운 거야...” 그때 내 휴대전화가 테이블 위에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주가 알림이었다. 내 회사의 주가가 또 3%나 떨어졌다. 나는 화면을 한 번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내 행동을 본 사람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정말 냉정하고, 오만하네.” 방청석에 있던 한 남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저 여자 좀 봐. 저 불쌍한 여자애가 반쯤 죽어가는데 주식이나 확인하고 있고 말이야.” “대체 어떤 엄마가 저따위 애를 키운 거야?” “돈 좀 많다고 우리보다 잘난 줄 아나?” 남도현이 나를 향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다시 배심원들을 향해 말했다. “저 태도만 봐도 모든 게 분명합니다. 돈만 있으면 아들이 저지른 죄까지 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재판장이 법봉을 두드리며 말했다. “정숙하세요.” 하지만 재판장의 제지도 소셜미디어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여론의 폭풍을 막지는 못했다. 법정 안의 누군가가 재판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고, 댓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저 여자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네.” “탄이라는 이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부잣집 애들은 어쩜 다 하나같이 인성 쓰레기라니까.” “서하영, 우리 동네에서 나가라.” 나는 마치 법정이 아니라 회사 이사회에 앉아 있는 것처럼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있었다. 수치는 명확했다. 대중의 분노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강지아를_위한_정의’라는 해시태그가 불과 3시간 만에 5만 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모든 것이 두 모녀의 각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남도현이 배심원석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강지아 양에게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강지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걸음으로 힘겹게 증인석으로 향했다.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상처가 다시 벌어질 것처럼 힘겨워 보였다. ‘연기 한번 기가 막히게 잘하네.’ 강지아가 자리에 앉아 크게 심호흡하자, 다시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 눈빛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강지아는 목이 멘 듯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그 눈에는... 짐승 같은 분노가 가득했어요. 탄이는 저를 마치...” 강지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적당한 표현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바라봤어요.” 배심원들 사이에서 또다시 탄식이 터졌다. 방청석에 있던 중년 남성 한 명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중년 남성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런 인간쓰레기를 키운 부모는 감옥에 처넣어야 해.” 제2화 재판장이 다시 법봉을 두드리자, 방청석의 소란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때 내 휴대전화가 또다시 진동했다. 또 주가 알림이었다. 하락폭은 5%까지 벌어져 있었다. 나는 화면을 힐끗 확인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내가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강지아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당신.” 강지아가 증인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저는 지금 여기서 그 악몽을 다시 겪고 있는데, 당신은 지금 돈 걱정이나 하고 있는 건가요?” 강지아의 눈에서 눈물이 더욱 거세게 쏟아졌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었는지 알아요? 난 원래 모델이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당신 아들이 내 인생을 망쳐버렸어요. 완전히 망쳐버렸다고요.” 남도현이 황급히 강지아의 곁으로 다가가 진정시키려 했다. “지아 씨, 심호흡하시고, 천천히 이야기하세요. 법정에서 반드시 정의를 찾아드릴 겁니다.” 강지아는 다시 자리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래, 지아야. 계속 이야기하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에게 말해.” 강지아가 크게 심호흡했다.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떨렸다. “저는 그냥... 그냥 뒷마당에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그곳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안전하고 조용했죠.” “그런데요?” “그런데 탄이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어요. 술에 취했던 것 같아요. 그러더니 저를 잔디밭에 내동댕이쳤어요.” 강지아의 목소리가 점점 다급해졌다. “정말 힘이 셌어요. 십 대 남학생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어요.” 배심원들은 강지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를 꼼짝 못 하게 누르더니 옷을 마구 찢기 시작했어요. 저도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소용없었어요. 탄이의 손이 제 목을 붙잡았어요. 옷을 계속 찢으면서...” 강지아는 목 보호대를 손으로 만지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목덜미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느껴졌어요. 뜨겁고 거칠게 몰아쉬는 숨결이었어요. 마치 짐승처럼요.” “그다음은요?” 남도현이 재촉했다. “제가 도와달라고 마구 소리를 질렀더니 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계속해서요. 얼굴을 때리고, 가슴을 때리고, 팔까지 마구 때렸어요...” 강지아의 연기는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흘렀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정말 딱 죽는 줄 알았어요.” 방청석에서 동정 어린 탄식이 흘러나왔다. “완전 괴물이구먼.” “인간도 아니야.” “서하영은 대체 어떻게 저런 애를 키운 거야?”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에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강지아의 이야기에서 이상한 점들을 하나씩 뜯어보고 있었다. ‘십 대 남자애치고 비정상적으로 힘이 셌다? 목을 물려고 했다? 짐승처럼 거친 숨을 내쉬었다? 흥미롭군.’ “잠깐.” 내 목소리는 낮았지만 법정의 소음을 단번에 가르고 나갔다. 순식간에 법정 안이 조용해졌다. “제가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재판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피고 측에는 변호인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심문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 소매를 매만지며 말했다. “강지아 씨, 몇 가지 사실관계만 확인하겠습니다.” 남도현이 벌떡 일어났다. “이의 있습니다. 피고는 지금 피해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재판장님, 그저 몇 가지 부분을 명확히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재판장이 나를 바라봤다. “허락하겠습니다. 하지만 원고에게 예의를 지키도록 하세요.” 나는 강지아를 향해 걸어갔다. 내 침착한 태도가 오히려 강지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했다. “당신은 탄이가 자기 옷을 ‘찢었다’라고 했죠. 그리고 목에 난 그 상처들 말입니다... 탄이가 당신을 물었다고 했습니까?” 강지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사람이 분노해서 공격한다면 주먹을 사용합니다. 손으로 옷을 잡아 찢고 뜯어내죠. 하지만 동물은 물어요. 동물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니까요.” 나는 강지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당신이 묘사하고 있는 건 사람의 공격이 아니라 동물의 공격입니다.” 남도현이 다시 벌떡 일어났다. “이의 있습니다. 피고는 지금 피해자를 모욕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재판장이 법봉을 다시 두드렸다. “서하영 씨, 발언 조심하세요.” 나는 재판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재판장님,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단정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지적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강지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강지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자, 강지아의 시선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강지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당신은 내 아들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하군요.” 잠시 말을 멈춘 뒤, 나는 차갑게 덧붙였다. “정말 내 아들을 본 적이 있었다면, 적어도 이보다 훨씬 그럴듯한 거짓말을 준비했을 테니 말이죠.” 제3화 강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내가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자신의 진술을 반박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강지아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더듬으며 말했다. “저는 거의 죽을 뻔했다고요.” “하지만 죽지는 않았잖아요.” 나는 강지아의 반응을 지켜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증인석에 서서 그날 일을 아주 상세하게 증언하고 있고요.” “운이 좋았으니까요.” 강지아가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만약 이웃이 제 비명을 듣지 못했다면...” 강지아가 말을 멈췄다. 눈빛에 교활함이 스쳤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어요.” 순식간에 법정 안의 모든 시선이 강지아에게 쏠렸다. “이 사람들이 이사 온 뒤부터 계속 저를 따라다녔어요. 주민 체육관에서도, 수영장에서도, 심지어 우리 집 앞에서도요.” 강지아는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자신이 더 나약한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표정을 바꿨다.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정말 소름 끼쳤어요.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것 같았어요. 마치... 마치 저를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배심원석에서 분노에 찬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완전 변태 아니야.” “저런 애는 너무 위험하다고.” “당장 감옥에 가둬야 해.” 나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탄이는 주민 체육관에 다니지 않아요.” “거짓말이에요.” 강지아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증인도 있어요. 사람들이 탄이를 봤다고요.” “한 명만 이름을 대보세요.” 강지아가 입을 열었지만, 아무 이름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방청석에 앉아 있던 김미숙이 벌떡 일어났다. “그만하세요.” 김미숙의 목소리가 귀를 찢을 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서하영 씨, 어떻게 내 딸을 이런 식으로 모욕할 수 있는 거죠?” 김미숙이 휴대전화를 높이 들어 보였다. “증거를 원해요? 여기 있어요.” 김미숙이 휴대전화를 흔들었다. “그날 밤 녹음한 겁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바로 녹음을 시작했어요.” 김미숙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법정 음향 시스템에 연결했다. 스피커에서 뭉개진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칠고 무거운 숨소리. 무언가에 부딪히는 둔탁한 충격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소리. 그리고 잠시 후, 강지아의 희미한 흐느낌이 들려왔다. “안 돼... 제발, 그만...” 법정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 녹음은 어떤 증언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배심원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연민이 뒤섞인 어두운 표정이 떠올랐다. 남도현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실제로 녹음된 겁니다.” 남도현이 배심원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무엇이 들리십니까? 폭력, 고통, 그리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무고한 소녀의 울음소리입니다.” 나는 녹음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거친 숨소리... 둔탁한 충격음... 배경에서 들려오는 소리... 잠깐.’ “한 번 더 틀어주시겠어요?” 내가 갑자기 말하자, 남도현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요?” “세부적인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서요.” 녹음이 다시 재생됐다. 이번에는 배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숨소리... 충격음... 강지아의 흐느낌... 그리고... 새소리.’ 밤에 활동하는 새의 울음소리였다. “흥미롭군요.” 나도 모르게 낮게 중얼거리자, 재판장이 물었다. “무엇이 흥미롭다는 거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심원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녹음 속 배경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주목해 주십시오.” 나는 잠시 녹음을 다시 들으며 말을 이었다. “저건 밤에 활동하는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입니다. 늦은 밤에만 활동하는 새죠.” 그리고 강지아를 바라봤다. “그런데 당신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오후 6시쯤이었죠.” 나는 차갑게 덧붙였다. “아직 초저녁인 시간입니다. 그런데 야행성인 그 새가 울고 있습니다. 그 새는 자정이 훨씬 지나야 울기 시작하죠.” 강지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제... 제가 시간을 잘못 기억했을 수도 있어요...” “시간을 잘못 기억한 건가요?” 나는 강지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면 애초에 그 녹음이 그 시간에 녹음된 게 아닌 겁니까?” 남도현이 벌떡 일어났다. “이의 있습니다. 피고는 지금 아무런 근거도 없이 추측만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의혹 하나만으로도 이미 들끓던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시간 방송의 댓글은 여전히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시간을 잘못 기억했을 수도 있지만, 녹음 자체는 진짜가 맞잖아.” “서하영이 그냥 변명하는 거야.” “저런 식으로 허점을 파고드는 게 역겹네.” 나는 휴대전화에 뜬 주가 알림을 힐끗 확인했다. 또 2% 하락했다. 남도현도 이제는 내가 계속 반박하지 못하도록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듯,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가 투명한 증거 봉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봉투 안에는 금빛 털 한 뭉치가 들어 있었다. “재판장님, 이제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 남도현이 봉투를 높이 들어 모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강지아 양의 옷에서 발견된 겁니다.” 남도현이 증거 봉투를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금빛 털과 정액입니다. DNA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당신 아들인 탄이의 유전자와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순간 법정이 발칵 뒤집히자, 남도현이 배심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제4화 “DNA 증거입니다.” 배심원석에서 흥분한 목소리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제 저 여자 아무 말도 못 하겠네.” “과학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서하영, 이것도 어디 변명해 보시지.” 남도현은 법정 한가운데를 당당하게 활보하며, 마치 승리를 자축하는 퍼레이드라도 벌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재판장님,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이에 저희는 민사상 손해배상금 70억을 즉시 판결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남도현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힘이 넘쳤다. “그리고 긴급 접근 금지 명령도 신청하겠습니다. 저 괴물이 앞으로 제 의뢰인에게 30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방청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맞습니다. 저 괴물을 원고에게서 떼어놔야 합니다.” “70억으로는 부족하다.” “감옥에 보내야 해.” 나는 금빛 털이 들어 있다는 증거 봉투를 바라보고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그 작은 표정 변화조차 법정에 있던 누구도 놓치지 않았다. “저 여자 좀 봐요.” 김미숙이 자리에서 악을 썼다. “증거가 이렇게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웃고 있잖아요. 저 여자에겐 양심도 없나 보네요.” 김미숙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롭게 치솟았다. “서하영 씨. 70억에 이 일이 조용히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에요.” 김미숙은 눈에서 불이라도 뿜을 듯한 기세로 법정 앞쪽까지 성큼성큼 다가왔다. “내가 당신 인생을 망가뜨릴 거야, 서하영. 당신 회사도 파산하게 만들고, 이 동네에서도 쫓아내고 말겠다고.” 김미숙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곧바로 실시간 방송을 켰다. “여러분, 모두 저 여자를 보세요. 저 냉혈한 괴물을 좀 보시라고요. 자기 아들이 우리 딸을 망가뜨렸다는 DNA 증거까지 나왔는데도 저렇게 태연하게 앉아서 웃고 있습니다.” 실시간 방송의 댓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쓰레기.” “저런 사람이 어떻게 엄마야?” “서하영이라는 이름, 똑똑히 기억해 두겠습니다.” “저 회사 불매 운동하자.” 그때 강지아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엄마... 나... 더는 못 하겠어...” 강지아의 몸이 휘청거리더니 천천히 옆으로 쓰러졌다. “지아야.” 김미숙은 비명을 지르며 딸에게 달려갔고, 남도현은 즉시 구급대원을 불렀다. “빨리요. 또 트라우마가 발작한 겁니다. 피고의 차갑고 비정한 태도 때문이에요.” 법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온라인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이 극적인 상황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불쌍한 아이야.” “다 서하영 때문이라고.” “저 여자는 악마다.” 나는 여전히 내 자리에 앉아 모든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봤다. 구급대원들이 강지아의 혈압과 맥박을 확인했다. 그리고 단순히 극심한 감정적 충격으로 기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구급대원이 재판장에게 말하자, 재판장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서하영 씨, 증거까지 나온 상황에서 더 할 말이 있습니까?”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매만졌다.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재판장님.” “무슨 질문입니까?” “그럼 확인해 보시죠.” 나는 남도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 털과 이 정액이... 원고를 공격한 범인의 것이라는 말이죠?” “물론입니다.” 남도현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원고의 옷에서 발견됐으니까요.” “그런가요? 강지아 씨?” 나는 강지아에게 물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마침 정신을 차린 강지아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 사람이 저를 붙잡았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훌륭하군요.” 나는 재판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목소리는 또렷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럼 우리 모두 같은 의견인 겁니다. 이 증거는 강지아 씨를 공격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이 증거가 바로 이 사건의 핵심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재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방청석에 있던 김미숙이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여자는 시간만 끌려고 하는 겁니다. 재판장님, 당장 판결을 내려주세요. 더 이상 저 여자의 헛소리는 듣지 마시고요.” “맞아요. 당장 판결하세요.” “저 여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라.” “강지아를 위한 정의를.” 법정 전체가 분노로 들끓는 바다처럼 변해버렸다.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재판장을 바라봤다. “재판장님, 이 증거가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라면 이 사건은 곧 끝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입니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증인을 한 명 부르고 싶습니다.” 남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증인입니까? 이 사건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피고 측 증인을 증인석에 세우겠습니다.” 내 목소리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안을 가르고 나갔다. 재판장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혹시 피고는 피고의 아들을 부르겠다는 겁니까?” “네.” 나는 법정 뒤편에 있는 거대한 문을 바라봤다. “탄이를 데려오세요.” 순간 법정 안이 조용해지며, 모두가 숨을 죽였다.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위험한 부잣집 도련님, 그 악명 높은 괴물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거대한 법정 문이 열리고 그곳에 나타난 존재를 본 순간,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으며, 완전히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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